[우리 말글 나들이]노망이지 치매가 아니다 2
[우리 말글 나들이]노망이지 치매가 아니다 2
  • 충청매일
  • 승인 2022.09.25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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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명 시인

최근에는<정신분열증>을 ‘조현병'으로부르자고하는 운동이일어나는중입니다. <정신분열증>이라고하면, 사람들이싫어한다는것입니다. 그러면그걸<조현병>으로부르면 사람들이좋아할까요? 이런식이면 아예그것을가리키는말을 없애면될일 아닐까요? 아예그것을가리키는말을 쓰지않는겁니다. 차라리번호를붙이는게낫겠죠. 노인1병, 노인2병, 이런식으로말이죠. 병에는 그 어떤 이름을붙이든 시간이좀지나면 욕하는것처럼들립니다.

예컨대몸의일부분이 안좋은사람을 <병신(病身)>이라고했습니다. 말그대로몸이 병들었다는말입니다. 이렇게수백년을써왔습니다. 그런데<병신새끼>라는말에서보듯이, 이‘병신’이라는몸의상태를, 몸이성한사람들이 욕으로활용하는것입니다. 어느날이게욕으로들리니, <장애인>으로바꾸자는 제안이나옵니다. 몸도불편한데 그것을안좋게부르는말을쓰니, 얼마나마음에상처를받았겠어요? 그래서<장애인>또는<장애자>로바꾸었습니다. 한동안괜찮았습니다. 그런데제가학교현장에서 아이들과생활해보니 이또한소용이없는일임을 알았습니다. 아이들은자기네끼리놀면서 상대를약올리느라고 <애자새끼>라는욕을 만들어서씁니다. 그래서그럴때마다. 제가아이들을혼냈습니다. 하지만그때뿐 아이들은자기들끼리놀 때, 이렇게욕하며다닙니다. 차별을없애자고 새로만들어낸말을 아이들은벌써차별언어로 응용해쓰는중입니다. 안타까운일입니다.

병신을욕으로받아들이는것은 정말무지한일입니다. 왜냐하면, 우리사회에서는 아픈사람을옛날부터<병인>, <병자>, <병신>, <환자> 같은말로써왔습니다. 이중에서<병신>이욕으로된것은 이말을가장많이써왔기때문입니다. <병신>을욕으로여기는것은, 그것을욕으로쓰는 대중의잘못입니다. 그들의잘못을 지적하지않고 사람들이많이쓰는욕이니 다른말로바꾸자고하는것이야말로 어리석기그지없는일입니다. 그런다고욕이사라지겠습니까? 이런식이라면, <병인, 병자, 환자>같은말도 모조리없애야지요. 일부몰지각한사람들이 욕으로쓴다고해서, 그걸다른말로바꾸자는것은 정말이상한발상아닌가요? 그런것들은그냥 어떤대상을가리키는 우리말일뿐입니다. 그말이무슨죄가있습니까? 그걸잘못쓰는놈들한테 잘못이있는겁니다. 그런걸언어탓을하면안되죠.

그래서언어를선택하고만들때는 반드시깊이고민해야합니다. 말만바꾸는것은 언발에오줌누기에지나지않습니다. 나와몸이조금다른사람을 나로부터구별지으려는의식이 이런짓을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말을바꾸는말장난보다는 장애인을대하는사람들의 생각과마음을바꾸는교육이 더중요합니다. 말만바꾼다고해서 의식이변하지는않습니다.

어쨌거나 사람이불편하게느껴지는말들은 의학용어나특수전문용어로 자꾸바꾸려는경향이있는데 이때도늘고민을하며 시행해야한다는것을 방송을보면서 거의날마다느낍니다.

사람이늙어서 이상한짓을하는것은 지극히당연한일입니다. 그런것을가리키는말도 당연한것입니다. 그러니우리가무슨자격으로 지난세월수백년간써온말을 내다버린단말입니까? 망령과노망은 욕이아닙니다. 그런현상을가리키는 우리말입니다. 오히려치매가더욕스럽습니다. 잘못된사실을가리키는 특수한의학용어니까 말이죠. 늙은이들이노망드는 것은 당연한겁니다. 그것을슬기롭게대처하여 그런분들이 덜괴롭게살다가 가도록도와야하지 말만바꿔부르는건 정말한심한대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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