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범의 시시콜콜한 이야기] 절대 고독
[김영범의 시시콜콜한 이야기] 절대 고독
  • 충청매일
  • 승인 2022.08.16 19: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인/ 청주민예총 사무국장

넓은 우주에서 인간으로 태어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지구는 인간이 알아낸 우주에서 유일한 생명체가 존재하는 곳이다. 인간을 포함해 많은 동식물이 살아가는 지구, 지구에서도 인간으로 태어난 것에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나란 존재는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은 인류의 탄생부터 시작된 풀리지 않는 과제이다. 약육강식의 본능이 지배하는 야생의 삶이라면, 먹고 자고 번식하는 일련의 과정에 충실하겠지만, 인간에게는 생각하는 시간이 주어졌다. 신은 어찌하여 인간에게 생각의 시간을 주었을까.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의 생활자들은 우울증과 공황장애와 같은 정신적 질병을 앓고 있다. 원인도 치료법도 알 수 없는 현대인의 병은 마음에서 기인하다. ‘우울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우리는 모두 보균자이다.

인간은 지구상에서 평균 수명이 가장 긴 생명체에 속한다. 종족 번식이 목적이라면 이렇게 긴 시간이 필요할까. 탯줄을 자르고 엄마의 몸에서 분리된 순간부터 혼자가 되었지만, 아이가 성장하여 독립하기까지는 최소 20년의 세월이 걸린다. 결혼과 출산, 육아에 이르기까지 가족 구성원의 도움이 필요한 현대 사회에서는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다른 동물과 달리 인간의 사냥 능력 습득은 더디다.

오래전부터 인간 존재에 관한 탐구와 성찰은 시작되었다. 많은 철학자와 영적 수행자들은 인간 존재에 대해 여러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석가와 예수로부터 영향을 받은 인간의 의식은 오랜 기간 성장해 왔지만, 인간 본연에 대한 성찰과 깨달음보다는 신을 향한 복종과 집단에 대한 충성에 빠져있다.

하루하루 바쁘게 살고 있지만, 혼자가 되는 저녁이 되면 외롭고 고독해진다. 한 번도 홀로 서 본 적 없는 현대인일수록 자신과의 관계망 형성에 집착한다. 가족, 친구, 각종 모임을 통해 외로움을 숨기고 거짓과 위선의 말과 행동을 자기 본연의 모습이라고 믿는다.

나 역시 평범하게 살고 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저녁의 쓸쓸함을 어쩌지 못하고 존재를 부정하고 껍데기에 불과한 마음을 읽어내지 못한다. 반복되는 권태를 짊어지고 근원에 대한 궁금증과 부정의 감정을 오가며 새벽이 오길 기다린다.

하이데거는 현존재의 근본 기분인 권태를 어떤 것 때문에 생기는 권태, 어떤 것을 하면서 느끼는 권태, 마지막으로 아무 이유도 없이 ‘그냥 지루한’ 권태 세 가지로 구분했다. 하이데거는 그냥 지루한 권태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 이유는 권태가 스스로 자기를 드러내면서 현존재의 존재론적 의미를 알려주기 때문이다.(김승환, ‘인문학총람’에서 참고)

진정한 자아를 만나고 싶은 갈망은 누구에게나 있다. 많은 사람이 종교의 힘을 빌리 든 또는 명상이나 각자만의 방법을 통해 존재의 진실을 알고 싶어 한다. 이것은 지루하고 힘든 과정이다. 존재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길을 떠나기 어렵다.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권태는 길을 떠나라는 신호가 아닐까. 아무 이유 없는 ‘그냥 지루한’ 권태의 끝은 절대고독의 시간이다. 그 시간을 잘 견뎌낸 선자(先子)가 보내는 신호이다. 절대고독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고독 속을 유영하며 찾아오는 외로움과 쓸쓸함과 두려움 앞에 당당히 맞서야 한다. 밤 깊어 인적 없는 거리에서 아침을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이것이 인간이 태어난 이유가 아닐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