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범의 시시콜콜한 이야기] 부족함을 먹고 사는 세상
[김영범의 시시콜콜한 이야기] 부족함을 먹고 사는 세상
  • 충청매일
  • 승인 2022.08.0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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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청주민예총 사무국장

사람은 다 부족하다. 잘난 부분보다 늘 부족한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은 운동 신경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운동 잘하는 사람은 공부를 못한다고 생각한다. 예술에 재능이 있는 사람은 사회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모든 면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사람은 드물다.

늘 부족하다. 가지면 가질수록 부족해 보인다. 사람의 욕심은 그렇다. 특출난 재능을 갈고닦아 남들보다 뛰어난 경지에 오른 사람은 특출난 재능으로 인해 성공한다. 공부든, 운동이든, 예술이든, 기술이든 모든 분야가 그렇다.

우리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에 대해 흥미를 느끼거나 존경하거나 관심을 가진다. 그러나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을 보고 즐거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질투를 느끼거나 위화감을 느낀다. 이는 낮은 의식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는 존경심보다는 즐거움, 순간의 쾌락을 더 바란다.

대중매체의 예능프로그램이 인기 있는 이유다. 리얼버라이어티 예능의 시조인 무한도전 이후 다양한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왔다. 이들 예능의 공통점은 출연진의 부족한 면을 부각하여 웃음을 자아낸다는 것이다. 일명, 국민 바보를 만들어 냈다. 출연진의 재능은 노래와 연기다. 그러나 예능에서 이들은 노래와 연기가 아닌 지식과 기능적인 몸 쓰기를 해내야 한다. 그러나 출연진의 지식과 몸 쓰기는 형편없다. 특히, 일반 수준에 못 미치는 출연진의 상식이나 고문관에 가까운 몸짓은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유발한다. 우리는 출연진의 부족함에 쾌락을 느낀다.

부족함을 파는 예능은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케이블 방송을 통해 만들어지는 많은 프로그램도 출연진의 바보짓을 이용해 시청률을 높이고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심지어 출연진의 슬픔과 아픔을 팔기도 한다. 출연진이 남자에서 여자로 바뀌었지만, 똑같은 방식과 패턴을 이용해 웃음을 자아내는 프로그램은 여전하다.

남의 실수를 진심으로 안타까워하거나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경우는 많지 않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파야 한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우리는 타인을 통해 자존감을 높이고 타인을 통해 나의 재산과 신체와 지식과 배경의 우월감을 뽐내려 한다.

타인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고 배워온 우리는 만족을 모른다. 모든 고통의 근원을 타인에게서 찾고 모든 행복도 타인에게서 찾기 때문이다. 이 얼마나 슬픈 현실인가.

나의 행복은 다른 곳에 있지 않다. 나의 불행도 다른 곳에 있지 않다. 모든 것은 나로부터 기인하며 모든 것은 나에게 있다. 대중가요의 가사를 보면 사랑과 이별이 내가 아닌 상대방 때문이라고 노래한다. 반면, 詩는 사랑과 이별의 감정이 어디서 기원하는지를 노래한다. 그래서 예술은 즉흥적인 즐거움, 쾌락을 주지 못한다. 모든 사랑이 이별 노래로 귀결되는 세상에서는 사랑과 평화보다 슬픔과 고통만이 살아남아 우리의 지갑을 연다.

우리는 타인의 부족함을 먹고 살려고 태어나지 않았다. 온전한 나를 만나고자 태어났음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세상은 이를 용납하지 않는다. 다만, 순간적인 쾌락에 빠지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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