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범의 시시콜콜한 이야기] 청주 이야기-중고개
[김영범의 시시콜콜한 이야기] 청주 이야기-중고개
  • 충청매일
  • 승인 2022.01.18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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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청주민예총 사무국장

 

중고개는 금천동과 용암동 사이에 있는 고개다. 어떤 이는 낙가산 아래 자리한 보살사를 오가는 중이 많았다 하여 중고개라 불렸다고도 한다. 신빙성 있는 말인지는 모르지만, 중고개가 있으면 상고개나 하고개도 있어야 하는데, 중고개만 남아 있으니 그럴 법도 하다.

속리산에서 발원한 한남금북정맥은 미원을 지나 청주 시내로 접어들면서 선도산~낙가산~것대산~상당산성으로 이어진다. 정맥은 북으로 향하면서 손가락 펼치듯 잔 줄기를 뻗고 줄기 사이로 천을 만들고 고개를 만든다.

것대산에서 상당산성으로 이어지는 고갯마루 상봉재는 미원에서 청주로 넘나들던 고개이다. 상봉재에서 청주 시내 쪽으로 뻗어 내려오는데 줄기는, 지극히 개인적 판단이긴 하지만, 인문학적으로 중요하다. 호미골~용정동~중고개~영운공원으로 이어지는 줄기를 따라 김은숙 시인과 꿈꾸는 책방과 고두미출판사와 류정환 시인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상봉재를 넘어 첫 마을이 호미골이다. 호미골이란 재미있는 명칭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설이 있다. 처음 생각나는 것은 농기구 호미였다. 현재의 호미가 예전 호무와 같은 뜻이란 이야기로 보면 호미골이 호무골에서 변했다는 이야기도 그럴듯하다.

또는 호랑이 호()를 써서 호랑이가 춤을 추는 골짜기의 의미라면 2022년에 더 어울린다. 지형적으로 줄기의 끝자락을 호미라 했을 때, 예를 들면 포항의 호미곶처럼, 지형적 특성을 살린 지명일 수도 있다. 호미골보다 더 재미있는 지명은 호미골 아래 재떨이다.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기 전 재떨이마을 일대는 쓰레기 매립장이었다.

용정체육공원을 지난 줄기는 용정한라비발디 아파트 단지를 지나 팔각정공원, 금천뉴타운아파트로 이어지면서 중고개를 만들었다. 줄기는 영운공원으로 내쳐 달려가다 무심천을 만난다. 이 중고개 줄기 때문에 영운천과 명암약수터에서 시작하는 명암천이 따로따로 무심천으로 흐르는 것이다.

그리하여 용암동 사는 나는 금천동에 가려면 영운천을 건너고 중고개를 넘어야만 갈 수 있다. 엄밀히 말하면 금천동은 산 너머 동네다.

반면 중고개에 터를 잡은 금천동과 용정동, 영운동은 내 건너 마을이다. 언덕 너머 동네보다 가깝게 느껴지고 냇가에서 만나 천렵도 하고 마실도 다닐만한 거리다.

그래서인지 중고개 사는 류정환 시인과 서동률 명창과 지금은 이사 갔지만, 연극하는 이성희, 진유리 부부와 참 친하게도 지냈다. 한 동네란 어디가 누구네 집이고 어느 골목을 지나면 누구네 집이 나오는지 알아야 하는 법이다. 그 집에 한두 번은 놀러 가봐야 한동네 사람이라 할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영운천 상류 이동원 서예가 댁에 놀러 간 지도 오래되었다.

정민 시인의 평론집 출간 축하를 위해 금천동 보쌈집에 모였다. 코로나19 덕에 일찍 자리를 파하고 잔잔한 술기운을 머금고 집으로 향한다.

증평 사는 정민 시인은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고 김은숙 시인도 호미골 쪽으로 건너간다. 류정환 시인과 찬 겨울바람을 뚫고 중고개로 향한다. 꿈꾸는책방도 불이 꺼졌고 거리도 한산하다. 삼영부속구이에서 나는 영운천을 건너 낙가천을 따라 오르고 류정환 시인은 내처 영운천을 따라 집으로 향한다. 지금쯤 정민 시인은 수름재를 넘고 있을 것이다. 나는 보살사에서 발원한 낙가천이 영운천으로 흐르는 중간 어디쯤인 덕일마이빌에 산다. 아파트 이름 말고 진짜 동네 이름이 궁금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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