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범의 시시콜콜한 이야기] 어디 가서 공부해야 하나요?
[김영범의 시시콜콜한 이야기] 어디 가서 공부해야 하나요?
  • 충청매일
  • 승인 2021.11.23 19: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인/ 청주민예총 사무국장

피리를 전공하는 아들은 서울에서 고등학교에 다닌다. 내년이면 벌써 3학년이다. 몇 개월 지나면 대학 진학을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녀야 한다. 대학도 서울에서 다니면 좋겠다는 것이 바람인데, 어찌 될지 모르는 일이다.

국악이 인기 있는 분야도 아니고 전망이 밝은 편도 아닌데, 전통음악을 하겠노라 힘든 길을 가고 있는 학생에 비하면 예술대학이 많지 않다. 대학이 있다 해도 피리 전공자 선발 인원도 1~2명 정도다. 서울대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 중앙대학교 등 명문 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팔자가 대부분이며, 수도권과 경기도권 대학에 들어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고향이 청주이니 청주에서 대학에 다녀도 좋겠다. 그러나 청주에는 피리를 공부할 대학이 없다. 청주대학교와 서원대학교는 오래전 예술 관련 학과를 포기했다. 국립대학인 충북대학교에는 아예 예술대학이 없다.

대학을 취업률로 평가하는 정부의 방침도 잘못되었지만, 대학의 수익 창출을 위해 비인기 학과나 취업률로 평가 불가능한 기초예술학과 폐지 결정을 한 대학의 판단도 문제가 있다. 예술대학이 있다 해도 디자인, 애니메이션, 영상, 연극 관련 학과뿐이다.

지역에 예술대학이 없으니, 지역 예술은 다른 지역 예술인의 유입이 없으면 괴멸 직전이다. 청주시립예술단은 청주 지역 예술인에 의해 활동이 이뤄져야 마땅하나, 단원 비율을 보면 지역 출신 예술인은 극히 적다. 이는 지속적인 공급이 없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든, 대학에 진학할 것이다. 대학에 가서도 열심히 피리를 불고 레슨을 받고 연습과 경험을 쌓을 것이다. 그러하니라 믿는다. 그러나 졸업 후에는 어찌해야 하나. 벌써 아들은 대학 갈 걱정, 졸업 후 먹고 살 걱정을 한다.

모든 분야가 100% 그 길을 가는 것은 아니다. 국악 분야도 끝까지 전공을 살려 사회생활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어렵게 기술을 익혔는데, 기술을 포기하고 다른 길을 간다는 일은 경영이나 국문학 또는 사회학 전공을 포기하는 것과는 개념이 다르다. 심지어 예고 때부터 포기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하니 더 안타깝다.

충북에도 예고가 있다. 충북에서 진학할 수 있는 대학이 없으니 우리 학생들은 서울로 가거나, 그 길이 쉽지 않다면 전라도, 경상도로 내려가야 한다.

예술대학이 없다는 것은 젊은 예술인의 지역 유입을 차단하는 것이며, 지역 예술 발전의 사망을 선고하는 것과 같다. 이미 청주는 사망 신고를 한 지 오래되었다.

현재 다른 지역 출신이 청주에서 활동하는 예술인은 청주대와 서원대 예술대학을 졸업하고 청주에 정착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술대학이 존재한다는 것은 지역 예술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예술인의 유입이 가능하고 지역성 담은 예술 활동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기대를 할 수 없다. 청주 예술가는 서울로, 경기도로, 전주로, 부산으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

사립대의 경영을 위해 수익 창출을 포기하고 강요할 수 없다. 지역 예술단체의 성명서에서 밝혔듯이 이제는 충북대학교가 나서야 한다. 예술에 뜻을 가진 충북의 청년들이 문화예술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모든 사람들이 예술을 창조하고 향유할 수 있는 천부적 기본권이 보장되는 충북을 위해서 이제 충북대학교가 나서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