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범의 시시콜콜한 이야기]예술로 기록하다?
[김영범의 시시콜콜한 이야기]예술로 기록하다?
  • 충청매일
  • 승인 2021.05.25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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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청주민예총 사무국장

[충청매일] 1337년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찍어낸 직지심체요절은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로 인정받아 현재 청주의 대표적 상징이 되었다. 내용은 역대의 여러 부처를 비롯한 고승들의 설법 등에서 선의 요체를 깨닫는 데 긴요한 것을 초록한 내용이라 한다. 우리는 직지를 세계 최초 금속활자라는 타이틀만 기억한다. 만약, 두 번째 금속활자라면, 직지의 가치는 사라지는 것인가. 직지를 편찬한 이유와 직지가 후대에 말하고자 했던 의미는 중요하지 않은가. 활자화된 기록물 직지는 기록의 내용보다 기록의 방식에 가치를 두는 셈이다.

기록이란 주로 후일에 남길 목적으로 어떤 사실을 적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은 실제로 발생했던 일이나 실제로 일어난 사건 또는 현상을 말한다. 즉, 기록은 사실을 어떤 방식으로든 남겨 누군가와 공유할 의도가 있다.

아름다운 풍경을 접했을 때 손에 카메라가 있다면 풍경 그대로를 담고 싶어 한다. 사진 촬영에 서툰 사람은 아무리 찍어도 눈에 비친 풍경을 담아내지 못한다. 몇몇은 카메라 기능을 이용해 작품을 남기지만, 풍경은 이미 조작된 이미지로 기록된다. 조작되었다는 표현은 촬영자의 주관이 개입되었다는 뜻이며 사실의 왜곡을 의미한다. 아름다운 사진이나 그림을 보면 흔히들 ‘예술이네’라는 감탄사를 내뱉는다. 여기서 예술은 아름다움의 다른 표현일 것이다. 그렇다고 아름다운 것이 모두 예술이 될 수 없다.

문학은 기록의 가장 원초적인 도구인 언어와 문자를 사용한다. 그렇다고 개인적인 일기와 같은 문자의 조합이 모두 문학이 되지 않는다. 문학은 지극히 개인적인 언어를 사용하며, 사실을 주관적 생각으로 치환하여 표현한다. 시에서 주로 사용되는 은유와 환유는 시를 예술 장르로 인정하게 하는 특수한 장치이지만, 시가 기록이 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안네의 일기는 작가 지망생이었던 안네 자신이 일기를 퇴고해서 적고 있었기 때문에 일기에는 오리지널 일기와 정서한 개정판 원고 두 가지가 있었다. 어느 쪽이건 출간되지 않았고 후에 아버지가 편집하여 책으로 만들었다. 우리에게 알려진 안네의 일기는 온전한 일기라기보다는 문학작품에 가까운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은 조선시대 1대부터 25대 왕까지의 일을 기록한 역사서다. 임금의 언행이나 국사의 논의 과정 등을 보고 들은 대로 작성한 결과물이다. 기록자의 주관적 해석의 개입이 없는 활자화된 기록이다. 유대인 소녀의 일기는 문학작품이 되고 조선왕조실록은 문학작품이 될 수 없는 이유다.

안네의 일기처럼 예술은 현재성에 기반을 둔다. 창작자의 주관이 개입하고 왜곡되고 심미적 의미가 부여되면서 현재성이 변질할 수 있지만, 예술은 현재이며 사실에 기반을 둔다.

그렇다면, 예술로 기록한다는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기록은 기록해야만 하는 명백한 이유와 사명감에 기반한다.

예술가의 기록은 주관의 기록이면서 기록물의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창작물이다. 그러므로 사실을 바라보는 예술가의 시선이 중요하며, 그 시선을 읽어 낼 줄 알아야 한다.

모든 예술이, 모든 예술인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예술로 무엇을 기록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두서없는 생각을 기록해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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