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쏘기 문화 산책]활터 용어의 특수성
[활쏘기 문화 산책]활터 용어의 특수성
  • 충청매일
  • 승인 2021.05.02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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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명
온깍지활쏘기학교 교두

[충청매일] 활터에서는 임원 대표를 사두라고 합니다. 머리 두(頭)자를 쓰는 것은 활터를 살아있는 유기체로 본 까닭입니다. 허긴 활터만이 아니라 조선 전체가 나라를 유기체로 보았습니다. 군사부(君師父) 일체라는 관념이 그런 증거입니다. 임금 스승 아비는 같은 존재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임금을 아버지라고 여긴다면 나라 전체는 우리 가족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조선 시대 내내 교육을 통해 사람들의 머릿속에 들어찬 관념입니다.

활터를 ‘현대에 살아남은 조선’이라고 말한 까닭이 이것입니다. 활터에서는 이런 의식이 강합니다. 요즘은 물론 민주주의 선거 방식으로 2년에 한 번씩 돌아가며 뽑지만, 해방 전후로 거슬러 올라가면 매우 달라서 종신제 사두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얘기는 나중에 할 기회가 있으면 따로 다루겠습니다.

활터는 임진왜란 이후 조선 시대 지배층이 나라를 지킬 예비 병력을 기르기 위해 허용한 유일한 공간이었습니다. 벼슬아치들이 활터에서 일반 백성들과 어울리는 경우가 많았고, 그 경우 일반 백성이란 무과 준비생인 한량을 말합니다. 따라서 활터의 운영체계는 둘로 갈라집니다. 대개 장신(將臣)들이 주요 임원을 맡고, 한량들이 그것을 보좌하는 방식입니다.

서울의 경우 활터의 대표를 사두라고 했고, 그 밑으로 교장과 행수를 두었습니다. 교장은 ‘校長’이 아니라 ‘敎長’입니다. 이런 용어들이 얼마나 독특한 것인지 벌써 표가 나지 않습니까? 용어만 봐도 우리는 마치 조선 시대로 순간 이동을 한 듯 착각을 일으킵니다. 교장은 가르치는 우두머리라는 뜻이고, 행수는 행중(行中)을 영솔하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장신이나 벼슬아치들은 그들 스스로 관리 체계 하의 각 부서 우두머리이기 때문에 사두 밑에서 알아서 움직입니다. 이미 국가 조직의 일원이기 때문에 굳이 서열을 정하지 않아도 자신의 위치를 압니다. 갈등을 일으킬 요인이 거의 없습니다. 행수는 한량들을 영솔하여 대표하는 사람입니다. 만약에 사원 중에서 중대한 실수를 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어떻게 할까요? 출신 중에서 그런 사원이 나타나면 사두의 명을 받아 교장(또는 선생)이 징계를 합니다. 한량 중에서 그런 사원이 나타나면 행수가 사두의 명을 받아서 징계를 합니다. 이 징계를 견책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아무렇게나 혼내는 것이 아니고 일정한 방법과 과정에 따라서 견책을 시행합니다.(‘한국의 활쏘기’)

교장은 사두 다음 서열로, 활터의 교육을 담당하는 사람입니다. 특히 활터의 풍속인 사풍을 담당하기 때문에 활터의 영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두도 교장의 일에 대해서는 함부로 간섭하지 않았습니다. 사법도 교장이 가르치지만, 이제 막 입문한 신사들은 접장을 시켜서 가르치게 합니다. ‘접장’은 몰기를 한 사람에게 붙여주는 존칭입니다. 몰기란, 화살 한 순인 5시를 다 맞히는 것을 말합니다. 접장이 교장의 명을 받아서 신사를 지도하는 것이죠. ‘사범’은 근대 스포츠가 도입되면서 딸려 들어온 ‘코치’의 번역어입니다. 그래서 활터에서는 사범이란 말이 각궁을 얹어주는 사람에게 붙었습니다. 교장은 코치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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